하품 > 자유 게시판 > 아니메, 오타쿠 그리고 노사모?!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난 애니메이션 매니아다.
그런데 막상 당신의 취미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망설이게 된다.
난 당당하게 애니메이션 감상이 취미입니다라는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중고등학교를 다닐때만해도 나름대로 신념이 있었다.
그 때만 해도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지금보다 훨씬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난 그런 '구닥다리적인' 사고방식을 뒤집으려는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중고등학생이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지만 나의 취미는 항상 애니메이션 감상이었고 곁가지로 게임이 자를 하고 있었다.
그런 내가 지금와서 새삼스럽게 취미를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요즘은 인식의 폭이 좀 넓어져서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유치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예전보다는 훨씬 줄었다. 게다가 하나의 이윤창출 모델로서도 상당히 관심의 대상으로 보고있는것도 사실이다. 대중들에게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 준것은 다름아닌 월트디즈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씨리즈들의 성공이 이바지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다 망해가는 월트디즈니사를 부활시켜준 인어공주에서부터 일본만화 정글대제의 아류라 할 수 있는 라이온킹까지. 3편의 만화를 성공시키면서 중 장년층에게 어필한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인식을 바꿔주기 충분했다.
하지만 요즘은 상당히 삽질을 하고 있는 듯 한게 디즈니의 오리지날 스토리는 역시 아동용까지가 한계라는 생각이 부쩍드는 요즘이다.

다시 이야기를 원점으로 돌려서 내가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고 이야기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위의 이야기를 쭉 보면 우리나라에서 애니=아동용 이란 등식이 깨지것 역시 아동용 애니에 의해서인것을 알 수 있다.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월트 디즈니의 애니매이션에서 피가 튀는 잔인한 장면이 나오던가? 아니면 노골적인 성적 묘사? 또는 복잡한 심리묘사라든지 사이코 드라마등 복잡 미묘한것을 표현한 작품이 있던가?
내 기억에는 분명히 없다. 월트디즈니가 표현하는것은 동화적인 세계관에 밋밋한 인물관이다. 복잡한 심리묘사는 없다. 직선적인 케릭터들은 항상 선과악이 구별된다. 게다가 내용역시 권선징악이다.
이쯤되면 애니=아동용이란 인식이 무너지지 않았다는걸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럼 무엇인가?
애니를 감상하는것 보다는 애니로 수익을 내보자는 일종의 사업의 시각이 대두되면서 인식이 약간 바뀐것 뿐이다. 역시 애니를 보는 사람들은 정신이 미 성숙한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뿌리깊게 남아있다.
이것을 난 중 고등학교때는 어른들의 무지함 때문이라 생각하고 내 신념만 있으면 이런것들은 문제될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꺼려진다. 내가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고 했을때 모르는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저 사람은 정상적인 취미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 할 지도 모른다. 아니면 인터넷 커뮤니티등에서 흔히 말하는 '폐인'류로 생각 하는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이것은 애니메이션은 인터넷 통신망이 구축되기 전부터 컴퓨터를 이용한 통신망이 구축되면서 동호회가 생기기 시작한 아주 오래되고 고전적인 동회회원들을 가지고 있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난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92년 부터 PC통신을 시작했는데 그때 하이텔의 애니메이트라는 동호회가 이미 있었다. 그 동호회는 최소 12년 이상 된 오래된 동호회이고 아직도 있다.) 이런류의 인간으로 난 보여지고 싶지 않다.

인식의 부족으로 인해서인지 어떤지 몰라도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고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나와 다 비슷비슷한 사람들인데 취향의 다향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미야자키하야오감독의 애니들이다.
난 스튜디오 지브리 (미야자키하야오감독은 미래소년 코난, 이웃의 토토로등의 감독을 맡은 일본 애니계의 거장이다. 그가 속해있는 회사가 바로 스튜디오 지브리이다.)의 애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난 거장이 받는 그런 과대평가가 싫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를 똑같이 다른 사람이 만들었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한 예로 이웃의 토토로를 보자. 토토로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던가? 재미가 있었던가? 어떠한 극의 긴장감이 있었던가? 너무 밋밋해서 시종일관 지루함을 던져주던 애니를 재미있다. 또는 명작이다라고 평가하는것은 그 사람의 name value때문이 아니고 무엇이랴.
난 그것이 싫다. 그런데 내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에 대해 별로 좋지않은 평을 하면 다들 눈에 불을켜고 반박한다. 마치 무슨 성역을 건드린 이단처럼 몰아붙인다. 훗.. 이게 뭐란 말인가?
그래서 커뮤니티에 가면 난 애니를 볼 줄 모르는 사람 내지는 이상한 것만 찾는 오타쿠류로 분류된다.

마치 애니세계에서는 보는눈이 같지 않다고 해서 배척당하고 그렇다고 어른들처럼 애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아닌 이도저도 아닌 마치 왕따같은 내 입장이다.
훈이형이 써 놓은것 같은 노사모 처럼 말이지.

PS. 난 노무현 지지자가 아니다. 저번 대선때 노무현을 찍었지만 그건 순전 이회창이 꼴보기 싫어서 대안으로 찍은것일 뿐 노무현이 어떤사람인지도 별 관심이 없었다. 게다가 여러발언과 정황으로볼때 노무현이 현명한 처세를 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내가 맘에 안드는건 안드는거고 그렇다고해서 내 의지도 아닌데 국회의원들의 독단으로 내가찍은 대통령을 맘대로 탄핵한건 분명 잘못되었다고 생각되고 그러므로 이번 총선때 난 실력발휘를 할 것임을 밝혀두는 바이다. 부담스러운 시선때문에 노사모를 회피하는것이 아닌...